‘소주병 공공화 자발적 협약’체결 10년, 변화 생길까

 

 올해 ‘뉴트로(New+Retro)’가 문화 트렌드로 자리 잡음에 따라 레트로 감성을 담은 제품이 인기다.

 서울우유에서 출시한 1937년 디자인의 레트로 컵은 품절 대란을 일으켰다. 또한 롯데 백화점과 롯데칠성음료가 협업해 출시한 ‘델몬트 레트로 선물세트’는 준비물량 3,000세트가 이틀 만에 모두 팔렸다. 주류업계에서는 하이트진로가 40년 전과 같은 하늘색 병의 ‘진로’를 재출시해 연간 목표치 1000만 병을 출시 72일 만에 돌파했다.

 진로의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갈 정도로 인기를 끌자 롯데주류와 하이트진로 간의 갈등이 불거졌다. 갈등 원인은 ‘소주병 공공화 자발적 협약’ 때문이다.

 10년 전 국내 주류업계와 환경부는 ‘소주병 공용화 자발적 협약’을 맺었다. 이 협약은 공병을 회사에 상관없이 재사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소주병을 동일한 규격과 색상으로 통일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정해진 규격은 360mL의 초록 병이다. 소주 병을 새로 만드는 비용은 병당 150원 수준인 데 반해 빈 병을 재사용하면 세척비 50원에 수수료만 든다.

 회사입장에서는 생산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정부 입장에서는 자원 낭비 없이 환경을 보호할 수 있어 이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현재 공병은 제조사와 관계없이 한꺼번에 수거된 후 인근 공장에 넘겨진다. 이 과정에서 들어온 타사 제품은 재활용하거나, 재활용이 어려운 경우에는 병 당 일정 금액을 받고 반환한다.

 롯데주류 측은 하이트진로가 하늘색 투명한 병을 사용한 탓에 반환과정에서 비용이 늘어났다고 주장했다. 이를 주장하며 가지고 있던 진로 공병 약 420만 개를 돌려주지 않았다.

 이에 하이트진로 측은 자원재활용법에 따라 다른 생산자 제품의 빈 용기를 회수한 경우, 녹색 병을 제외하고 해당 생산자에게 반환할 의무가 있다며 반박했다. 공용화병 협약도 녹색 소주병 공용화 실현이 목적이었을 뿐, 녹색 병을 제외한 병은 협약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롯데 주류와 ‘용기 상호 교환 계약’을 체결해 매 년 1,000만 병 안팎의 청하 빈 병을 분리 해 반납해왔기에 롯데주류 측의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양사의 입장이 갈리자 환경부는 공병 반환 문제부터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양사는 환경부가 추후 발주하는 ‘재활용 순환 연구용역’ 결과에 따라 공병 반환에서 생기는 금액을 정산하고, 공병을 반환받는다.

 지난 1994년 두산주류(현 롯데주류)에서 깨끗한 이미지를 내세운 그린소주를 출시한 이후 국내 소주 시장에 ‘초록병’ 붐이 일었다. 일각에서는 초록색 소주병 유행이 시작된 지 20년이나 지났기 때문에 소주 시장에 새로운 변화가 올 때도 됐다고 말한다.

 대학생 A씨는 소주병 규격 갈등에 대해 “소비자 입장에서 제품을 선택할 때 디자인에 영향을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환경 차원에서도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뀌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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