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과 스승의 날에는 카네이션, 졸업식에는 프리지어, 작약 등의 기념일을 상징하는 꽃을 선물하곤 했을 것이다. 또, 어릴 적 읽었던 동화책이나 드라마 혹은 영화 속에서 갑자기 비춰지는 꽃은 이야기 흐름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처럼 꽃은 특별한 날, 중요한 순간을 함께 한다. 그동안 우리의 무의식 속 스쳐 지나간 꽃은 어떤 의미였을까?

꽃말이란

출처: 텐바이텐
출처: 텐바이텐

‘당신의 시작을 응원합니다.’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이 꽃은 졸업식, 입학식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긍정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만큼 새로운 시작을 앞둔 이에게 선물하고는 한다. 이처럼 응원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꽃말, 꽃말의 사전적 의미는 ‘꽃의 특징에 따라 상징적 의미를 내포시킨 말’이다. 이 꽃은 노란색을 띠며, 매력 있는 향기로 잘 알려진 ‘프리지어’이다. 이는 ‘천진난만과 청순함’이라는 꽃말로 긍정적인 메시지를 지니고 있다. 졸업식에 프리지어를 선물하는 것처럼 특별한 날이 되면 우리는 꽃을 선물한다.

출처: 2020.05.07 서울신문
출처: 2020.05.07 서울신문

가정의 달 함께하는 꽃

 5월을 떠올리면 어떤 수식어가 붙는가. 바로 가정의 달이다. 5월은 성년의 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등 각종 기념일이 가득하다. 어느 꽃가게를 방문해도 빨간색의 카네이션이 브로치, 꽃다발, 화분까지 다양하게 꾸며져 있다. 빨간 카네이션의 꽃말은 ‘모정, 사랑, 부인의 애정’이다. 또한, 사랑과 존경으로 건강을 빈다는 의미도 있다. 어버이날은 부모님께, 스승의 날은 스승님께 꽃을 통해서 사랑과 존경의 마음으로 건강을 바라는 메시지를 표현하는 것이다. 또한, 이달은 로즈 데이(5월 14일) 기념일도 있다. 네이버 사전에 따르면, 로즈 데이는 연인들이 장미를 주고받는 날이라고 한다. 로즈(rose), 즉 장미는 흔히 볼 수 있는 꽃 중 하나다. 길가를 지나가다 보기도 하고 꽃가게에서 다양한 색상을 발견하기도 한다. 장미는 카네이션처럼 붉은색이며, 꽃말도 유사한 ‘열렬한 사랑’이다. 이를 통해 장미는 색상의 특징에 따라 꽃말이 부여된 것을 알 수 있다. 빨간색은 색의 의미에서 시각적·심리적으로 자극이 커 강렬함, 자극, 사랑 등을 의미하고, 금지 표시에 사용한다고 한다.

드라마 속 숨겨진 의미

출처: 유튜브 tvN D ENT
출처: 유튜브 tvN D ENT

 

 2017년도 tvN에서 방영했던 드라마 ‘도깨비’에서 등장해 화제였던 목화꽃을 기억하는가. 도깨비 11회에서 주인공 지은탁(김고은)의 졸업식 장면이다. 삼신할머니(이엘)은 지은탁 앞에 나타났다. 지은탁은 놀라 “누구시냐” 물었지만, 삼신할머니는 웃으며 목화꽃을 건넸다. 그리고 지은탁을 어루만지며 “너 점지할 때 행복했거든.”이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지은탁은 깜짝 놀라 삼신할머니를 쳐다봤다. 엄마를 잃은 어린 지은탁에게 삼신할머니가 해줬던 말이기 때문이다. 이 장면에서 삼신할머니가 전한 목화꽃의 꽃말은 시청자들을 감동하게 했다. 목화꽃은 “어머니의 사랑”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제3자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시청자들은 지은탁의 상황을 공감하고, 이해하면서 감정이입을 도와주는 역할을 했다.

영화 속 매개체

출처: 네이버 영화
출처: 네이버 영화

 

출처: 네이버 영화
출처: 네이버 영화

 장미는 영화 속에서도 큰 역할을 한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미녀의 야수」에서는 빨간 장미가 영화 맥락에서 중요한 매개체로 등장한다. 등장인물로 등장하는 왕자는 요정에 의해 마법에 걸려 야수가 되었고, 왕자의 성에 있는 모든 것에 마법에 걸렸다. 요정은 두고 가는 장미꽃의 마지막 잎이 떨어질 때까지 진실한 사랑을 하면 마법이 풀린다고 하였다. 애니메이션 속 장미꽃은 스토리 전개상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사랑’이라는 상징을 보여주었다. 이외의 다양한 영화 속에서 꽃이 등장한 것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코코」에서는 메리골드(금잔화)라는 꽃이 등장한다. 멕시코 행사 ‘죽은자의 날’이 배경으로, 조상을 기억하는 행사에서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내용이 전개된다. 이때 등장하는 주황빛 메리골드도 영화 속 중요한 소재로 쓰인다. 이승과 저승을 이어주는 다리에는 꽃잎으로 가득하며, 주인공 ‘미구엘’이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데 사용하는 매개체도 메리골드 꽃잎이다. 여기서 등장하는 메리골드의 꽃말은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 이별의 아쉬움’으로 실제 멕시코에서는 장례식, 죽은자의 날에 사용한다고 한다. 멕시코에서 전통적으로 메리골드를 장례식에 사용하는 것처럼 한국에서는 하얀 국화꽃을 사용한다.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국화꽃은 색상에 따라 빨간색은 진실, 노란색은 짝사랑·실망, 하얀색은 성실·진실·감사의 의미를 가진다고 한다. 덧붙여 2011년 장례문화에 대한 머니투데이 기사에 실린 현대종합상조 자문에 의하면 “국화 꽃말이 주는 청순, 정조, 절개, 고결과 조의를 표하는 뜻에서 사람들이 관례로 선호하는 색상인 검은색과 흰색이 맞아떨어져 현재에는 의례 장례식장에는 하얀 국화가 관습이 되었다.”고 한다.

특별한 날, 특별한 꽃

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에서 이름을 부르기 전에는 의미 없는 대상에서, 꽃이 된다고 한다. 더 나아가 3~4연에서 꽃이 되고 싶다는 문장을 통해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담는다. 김춘수 작가의 시 속에서 발견한 ‘꽃’은 의미 있는 대상을 의미한다.

출처: tvN
출처: tvN
출처: tvN
출처: tvN

 특별한 날 함께하는 꽃, “우리는 왜 특별한 날 꽃을 선물할까?”라는 질문을 TV 프로그램 알쓸신잡에서 한 적이 있다. 이에 김영하 작가는 이렇게 대답했다. “이거는 뭐 확인한 건 아닌데 저의 생각으로 볼 때, 집에서 꽃을 키워보니까 꽃을 비싸게 받는 이유가 있더라고요. 꽃 키우기 너무 힘들어. 꽃 한 송이가 핀다는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 식물이 꽃을 피운다는 것은 온 힘을 다해야 하는 것, 물도 충분해야 하고 여러 가지 상황이 잘 맞아서 진짜 온 힘을 다해서 쫙 피워내는 거예요. (꽃을 피운다는 것) 거기에 식물의 운명이 걸려있죠. 아름다워야 하고 벌이 날아와야 하니까요. 그런 걸 생각해보면 졸업식이나 이럴 때 축하하면서 꽃을 주는 것은 네가 그동안 여기 도달하기까지 겪은 수고, 고통, 힘듦에 대해서 내가 알고 있다는 의미겠지요.” 작가의 말처럼 꽃을 선물하는 이유는 사전적으로 정의되어 있지 않다. 덧붙여 이 글을 쓰는 기자는 마땅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에 ‘왜?’라는 질문을 하는 것은 단순하지만, 가치 있는 질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질문은 어떤 과정을 통해 그런 판단이 행해졌는지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기 때문이다. 꽃을 선물하는 행위에 관한 질문은 그동안 우리의 삶 속 스쳐 지나간 꽃의 가치에 생각해봄으로써 더욱 특별한 선물이 되지 않았을까. 어쩌면 우리가 꽃 선물을 좋아하는 이유는 식물에 있어 꽃피우기란 자라는 과정에서 가장 예쁜 순간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아름다운 순간을 선물할 만큼 자신에게 아름다움을 선물해준 이의 마음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꽃의 특징에 따라 상징적인 의미가 부여돼 꽃은 새로운 이름, 꽃말을 가진다. 영상 매체 속 꽃말은 이야기의 맥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기념일에 선물하는 꽃은 선물하는 이의 마음과 메시지가 담겨있다. 다시 말해 꽃말을 통해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상대방에게 특별하게 전할 수 있다. 말이나 편지를 통한 소통도 좋지만, 꽃 선물로 마음을 전달하는 건 어떨까? 기념일이 아니더라도 선물하는 이와 받는 이에겐 그날이 특별한 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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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꽃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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