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학과, 인돈학술원장 최영근
기독교학과, 인돈학술원장 최영근

 코로나19 팬데믹이 한국사회를 강타하였다. 우리의 일상은 크게 변화되었고, 가계, 기업, 학교는 물론 지역사회와 국가와 인류생활에 많은 고통과 불편이 초래되었다. 특히 코로나로 인하여 한국기독교는 큰 어려움에 직면하였다. 구한말 한국사회에 전래된 기독교는 근대교육과 의료와 더불어 낮고 어두운 곳에서 고통을 당하던 사람들에게 구원과 희망의 복음을 전하였고,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의 수난을 겪으며 힘겹게 살아가던 한국인들에게 의지하고 신뢰할 수 있는 종교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은 한국기독교에 대한 한국사회의 불신과 비판의 강도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 되었고, 한국교회로 하여금 자성(自省)을 촉구하는 계기가 되었다. 한편으로는 광신과 미신으로 혹세무민(惑世誣民)하는 사이비(似而非)·이단(異端)과 기독교를 구별하지 못하는 여론의 부당한 지탄을 받는 경우도 없지 않았으나, 한국교회 일각(一角)에서 나온 몰지각하고 분별력 없는 주장이나 행동이 기독교에 대한 신뢰를 깨뜨리는 요인이 된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코로나의 확산의 고리에 교회관련 모임으로 인한 전파와 감염 사례가 확인되면서 사회의 지탄을 받았던 여러 사례들도 한국교회가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그런데 기독교 역사를 보건대 팬데믹이 반드시 기독교에 위기를 초래했던 것만은 아니다. 미국 워싱턴대학교(University of Washington)의 종교사회학 교수인 로드니 스타크(Rodney Stark)는 『기독교의 발흥』(The Rise of Christianity)이라는 책에서 1세기와 3세기에 로마제국에서 일어났던 끔찍한 팬데믹이 작고 보잘 것 없는 사람들의 종교였던 기독교가 로마사회에서 빠른 속도로 성장하여 사회를 이끌어 가는 영향력 있는 종교가 되는 결정적인 요인이었다고 주장하였다. 전염병으로 초토화된 로마사회 속에서 그리스도인들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병든 이웃들을 돌보고 구제한 희생적인 삶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많은 이들이 기독교를 받아들이는 계기가 되었다. 165년에 일어난 “갈렌의 역병”(Plague of Galen)은 전쟁에서 돌아온 군인들을 매개로 확산되어 15년간 지속되면서 로마 인구의 1/3에서 1/4의 목숨을 앗아간 치명적인 전염병이었다. 죽음의 공포에 휩싸인 사람들이 감염을 피하기 위해 도시와 마을을 버리고 도망갔고, 사랑하는 가족이 병에 걸려도 방치하면서, 곳곳에는 병으로 신음하는 자들과 수습되지 못한 시신들이 넘쳐났다. 그러나 그리스도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들의 주변에 있는 병든 사람들을 정성껏 돌보고, 죽음의 공포에 떠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위로를 전하였다. 그리스도인들이 병든 사람들을 돌보는 과정에서 감염이 되어 죽는 경우도 많았다. 이들의 희생적인 돌봄으로 치명률이 현저히 떨어지고 생존율이 높아졌고, 기독교는 죽음을 이기고 사람을 살리고 세상을 구원하는 참된 종교라는 믿음이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게 되었다. 전염병으로 국가와 사회제도를 비롯한 기존의 질서가 제 기능을 못하고 사람들이 공포에 사로잡혀 있을 때 기독교는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사랑을 온 몸으로 실천하며 이웃을 보살핀 그리스도인들을 통해 로마사회를 치유하는 생명의 종교로 각인되었다. 로마사회를 초토화시킨 전염병이 오히려 기독교의 성장과 발전의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는 사실을 역사 속에서 확인할 수 있다.
팬데믹 자체가 종교를 위협하거나 교회와 신앙에 도전을 가하는 것이 아니다. 팬데믹의 상황 속에서 종교의 진가가 드러나고, 사람들이 가진 신앙의 본질이 노출되는 것이다. 무엇을 믿고, 어떻게 사는지가 낱낱이 드러나면서, 그러한 모습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거나 혹은 사람들의 비난거리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한 평가가 우리의 위치와 영향력을 가름할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이 성경과 역사를 거울로 삼아 자신들의 삶을 돌아보고 바르게 세우려고 하듯이, 팬데믹의 상황을 거울로 삼아, 그 속에 비친 모습을 성찰하고, 그리스도의 말씀에 따라 생각과 삶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된다면, 코로나의 위기는 한국기독교에 새로운 기회가 되리라 믿는다. 또한 기독교대학으로서 한남대학교가 코로나의 상황 속에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면서 학생들은 물론 지역사회에 감동을 주는 역할을 할 때 지역사회에 더 깊이 뿌리 내리라 믿는다. 우리가 처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 무엇을 가르치고 배워야 하는지, 그리고 우리가 추구하는 진리를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 우리 각자가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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