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문편집부 편집장, 권오선
▲ 신문편집부 편집장, 권오선

충분히 발달한 기술은 마법과 구분할 수 없다영국 SF 작가이자 미래학자인 아서 C. 클라크가 고안한 클라크의 과학 3법칙(Clarke’s three laws)의 내용이다.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나는 것,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 조선시대 사람에게 보여준다면 틀림없이 요술(마법)이라 생각할 것이다. 최근 21세기 사람도 마법으로만 생각했던 기술이 탄생했다. 나와 다른 사람의 얼굴을 바꾸거나, 자동으로 얼굴은 구별해주는 안면 인식 시스템이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는 사람들이 광고판 옆을 지나갈 때마다 각자의 얼굴을 인식해 맞춤형 광고를 보내주는 장면이 등장한다. 점심을 먹지 않은 사람에겐 음식을,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사람에겐 여행상품을 내보내는 식이다. 이처럼 안면 인식 시스템은 저장된 데이터의 색, 대비, 명도 차이 등을 이용해 얼굴 영역과 눈, , 입 등 특징적인 부분을 찾아내 구별한다.

안면 인식 시스템은 대부분 협력 시스템 개념을 기반으로 구축된다. 미리 정해진 거리에서 적절한 조명과 함께 카메라를 똑바로 바라보고 찍은 이미지를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이미지와 대조하는 방식이다. 이 시스템은 국경 통제와 물리 보안 시스템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는 인파 속에서 특정 얼굴을 인식하는 것을 표현했다. 이는 비협력 시스템 개념을 이용한다. 골격과 같은 저주파 질감(low-frequency textures)을 통해 얼굴의 통계 모델을 구성하고, 피부의 점, 주름 등 아주 높은 주파수의 특징으로 얼굴을 구별하는 기술이다.

최근 코로나19로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한 기술 개발이 한창이다. 중국의 기업 센스타임은 적외선 측정으로 체온을 재는 기술과 안면 인식 시스템을 결합했다. 비협력 시스템을 이용해 기본적인 감염자 체크인, 감염자 추적, 특정 상태 탐지 등으로 활용된다. 열 측정뿐 아니라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을 99%의 정확도로 0.3초 이내에 구별해 담당자에게 통보하는 기술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안면 인식 시스템에 대해 양날의 검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앞서 말했던 바이러스 확산 방지에 도움을 줄 순 있지만, 국가의 감시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험성 때문이다. 현재 중국이 이 기술을 전면적으로 사용하면서 인권침해국가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금지 또는 확장을 놓고 활발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노벨은 터널을 뚫는 목적으로 다이너마이트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것이 전쟁에 쓰이면서 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어떤 선한 목적의 시스템이라도 오용과 남용의 위험성은 존재한다. 현재 안면 인식 시스템도 인구 통계 조사, 바이러스 확산 방지 등 긍정적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먼 미래에는 국가가 국민을 감시하는 등 부정적으로 사용될 것이다. 따라서 시스템의 투명성을 위해 법률에 근거한 도입 및 운영은 필수적이다.

기술은 인간의 목적의식에 따라 또 다른 세계를 만든다. 평화적인 목적으로 만들어졌어도 누군가 오용, 남용하게 된다면 악의 무기로 변할 것이다. 이런 일들을 미리 방지하기 위해 시민들의 높은 관심이 필요하다. 원칙이 준수되고 있는지 꾸준히 감독해야 한다. 또 노력했음에도 문제가 발생한다면, 문제 확인 뒤 곧바로 규정을 만들어 추가 문제를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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